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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랄프 타우너 [My Foolish Heart]  
제목 [앨범 리뷰] 랄프 타우너 [My Foolish Heart]   2017-02-10


랄프 타우너 [My Foolish Heart]


덤덤하고 강렬한, 가볍고 무거운


필자는 개인적으로 고전적인 기타 소리를 매우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독주를 유난히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이상하게도 6개의 현(경우에 따라서 늘어나고 줄어드는)의 튕김과 나무로 된 바디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스러운 울림 그 자체만으로도 늘 좋은 음악을 찾아다니는 나에게는 이에 대한 갈증이 충분히 해소됐다. 다른 무언가의 소리가 첨가되어야 하는 것의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도 높은 음악이 완성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랄까. 한때는 파코 데 루치아(Paco De Lucia)나 알 디 메올라(Al Di Meola) 등의 연주자들의 솔로 기타 앨범을 찾아서 듣곤 했다. 그리고 덤덤한 보이스가 가미된 조앙 질베르토(Joao Gilberto)의 [Joao Gilberto]는 지금도 좋아해 자주 꺼내 듣는다. 오로지 자신과 기타만이 존재하는 어느 한 공간에서 멀리 나아가는 그 울림을 담아내는 상상을 하면 괜스레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혼자 생각을 되뇌어보아도 여러모로 매력적인 기타는 가장 온전하면서도 완벽한 악기 중 하나가 아닐까?


당대 최고의 혁신적인 그룹인 오레곤의 멤버이자 1973년도부터 시작해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ECM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킨 기타리스트 랄프 타우너는 앞서 이야기한 필자의 까다로운 틀에 안성맞춤인 아티스트다. 그는 최근 동료 기타리스트들인 오스트리아 출신 볼프강 무스피엘, 카자흐스탄 태생의 호주 출신 슬라바 그리고리안과 함께한 [Travel Guide]의 활동으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구조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공간미를 이끌어냈으며, 각 연주자들이 가진 테크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ECM 최고의 명반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청자들에게 통산 29번째 앨범인 [My Foolish Heart]를 소개한다.


그는 유독 솔로 기타에 대한 애착이 상당히 강한 연주자로 유명하다. 본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온전히 자기 자신만을 담아낼 수 있는 솔로 기타 연주를 선보인다. 빅터 영과 넷 워싱턴 작곡의 ‘My Foolish Heart’를 제외하고는 오레곤 시절 즐겨 연주하였던 ‘Blue As In Bley’와 ‘Shard’ ‘Rewind’ 등 모두가 랄프 타우너의 손에서 비롯된 음악이다. 2016년 2월. 이미 레코딩이 마무리되었지만 이제야 소개하게 된 이유는 정성스레 담아낸 그의 연주에서 엿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의 음악에 대해 해석을 하던 랄프 타우너는 그가 기록한 ‘My Foolish Heart’에 깊이 매료되었다. 당시 스캇 라파로, 폴 모션이 함께 만들어낸 트리오 사운드는 랄프에게 무척이나 강한 충격을 주었던 듯하다. 따뜻한 보이싱과 감미로운 즉흥연주, 사운드 연출 등. 랄프의 연주는 상당 부분들이 빌 에반스와 많이 닮아 있다. 그가 그리는 감정의 이상향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기도 하다. 그리고는 오히려 자신이 만든 이 외의 곡들과 차별하여 본 앨범의 타이틀로 정하였다. ‘Shard’는 4명의 멤버들이 모여서 만든 오레곤의 사운드와는 달리 매우 차분하면서도 오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Blue As In Bley’는 유려하게 흐르는 아르페지오 주법과 멜로디가 편안하게 만들었고, ‘Rewind’는 만프레드 아이허의 프로듀싱이 빛이 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답게 앨범 전체의 시나리오를 정리하듯 말끔하게 마무리한다.


랄프 타우너는 클래식 기타와 12현 기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능수능란한 연주를 들려준다. 그는 마치 드넓게 퍼지는 울림에 의지하듯 덤덤하고 가볍게. 때로는 강렬하고 무겁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현재도 끊임없는 연구와 영감의 소재를 찾아다니는 랄프 타우너의 모습을 만프레드 아이허는 오랜 세월 동안 지켜봐 왔을 것이다. 하나의 악기가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실력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의 오랜 연륜과 큰 그림을 내다보는 뛰어난 안목이 필요한데 랄프 타우너의 연주는 이미 모든 부분에서 완성이 된듯하다. 그의 기타가 남긴 여운은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그렇게 추측과 상상을 거듭해서 40분 남짓 되는 [My Foolish Heart]의 러닝타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선 감상 후 감탄이라는 말은 이 앨범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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