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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스 마스터즈]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  
제목 [브라스 마스터즈] 트럼페터 로이 하그로브   2017-01-22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꾀하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스토리를 담은 <마일스>와 쳇 베이커의 스토리를 담은 <본 투 비 블루>. 이 두 영화는 재즈가 낯선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다. 재즈 뮤지션의 삶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담아냈다는 것도 있지만 그 소재의 중심이 되는 것은 트럼펫이라는 악기였다. 재즈라는 음악의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많은 사람들이 브라스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나팔 모양의 벨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화려함과 웅장함은 청자의 마음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브라스는 빅밴드 혼 섹션의 에너제틱한 맛과 솔리스트로서 음악을 이끄는 다이내믹한 맛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사운드의 입체감을 만드는 매력적인 악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재즈 브라스를 연주하는 아티스트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재즈 브라스를 연주하는 입장인 나 또한 그러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장르에서 점점 브라스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2017년 1월호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본 코너에서는 현존하는 거장에서부터 떠오르는 영 라이언들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라스 마스터들을 소개한다. 이 글을 통해서 앞으로 성장할 국내 재즈 브라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길 내심 기대하며.


처음으로 소개할 아티스트는 트럼펫 연주자 로이 하그로브(Roy Hargrove)이다. 무궁무진한 음악적 아이디어와 날카롭고도 때로는 부드러운 톤 컬러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로이는 상당한 기간 동안 미국 재즈씬의 중추역할을 해왔다. 현재도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그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영감을 얻는다. 쉽게 말해 로이 하그로브는 여러모로 가장 성공한 재즈 뮤지션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겠다.




진짜, 진짜를 알아보다


1969년 미국 텍사스 와코에서 출생한 로이는 어린 시절 그의 재능을 발견한 부모님의 권유로 음악 교육을 받게 된다. 메이너드 퍼거슨과 클리포드 브라운, 프레디 허버드 등의 음악을 들으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적 이상향을 그려나갔다. 그는 고등학생으로 학업에 열중하던 1987년도. 평소 우상으로 여기던 트럼펫 스타 윈튼 마살리스와 갑작스럽고도 운명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어느 날 윈튼 마살리스는 로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 예고 없이 방문하였는데 당시 만 18세이던 로이 하그로브의 재능에 깊은 감명을 받아 자신의 매니저인 레리 클로시어의 도움으로 로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이후 레리 클로시어는 로이의 앨범 프로듀서가 된다). 로이 하그로브는 윈튼 마살리스를 통해 뉴욕과 유럽, 일본 등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그의 지원으로 음악적으로 좋은 자양분을 받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이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로이는 장학생으로 버클리 음악대학에 진학하며 보스턴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다운비트> 매거진과 같은 다양한 매체들이 일제히 로이 하그로브에게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점차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1990년 뉴욕으로 이주하게 된 로이 하그로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재즈 판을 뒤집어놓는 괴물이 된다.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본 윈튼 마살리스의 안목은 시대를 이끄는 아티스트를 만들어놓았다. 진짜의 눈에는 진짜가 보이나 보다.




감각적인 음악 스타일에 최적화된 블로윙


독자들도 이미 잘 알고 있듯이 로이 하그로브는 스타일리시한 음악으로 많은 팬들과 그것을 넘어선 추종자들이 있다. 여러 가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며 매번 큰 기대를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여온 이 욕심 많은 아티스트는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의 수가 그의 업적을 대변한다. 1990년도의 [Diamond In The Rough]로 데뷔하여 2009년도의 빅밴드 앨범 [Emergence]까지 20장이 넘는 리더작과 사이드맨으로 참여한 앨범까지 포함하면 50여 장의 작품을 발표한 셈이다.


그는 골수 임프로바이저(즉흥연주자)였다. 그의 연주력이 한참 무르익어가던 때인 2002년도에 허비 행콕, 마이클 브레커와 함께한 [Directions In Music: Live At Massey Hall]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 당시의 로이는 불어내는 즉흥연주 하나하나가 명품이었다. 경이로울 정도로. 이로 인해 2003년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재즈 연주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초기에는 비교적으로 즉흥연주의 비중이나 분량이 큰 스탠더드 넘버들과 일반적인 형식의 곡들을 많이 연주하였다. 여러 장의 스탠더드 앨범을 발표하고 그는 점차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러 작품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RH 팩터(The RH Factor)의 [Hard Groove]가 아닐까 생각된다. 2003년도 RH 팩터에서 로이의 모습은 순도 100%의 힙합/소울 뮤지션 같아 보였는데, 그만큼 이 스타일에 깊이 몰두하는 느낌이었다. 음악의 완성도 또한 굉장했다 재즈에게 지배당하는 펑크 또는 소울 음악이랄까? 같은 스타일의 다른 아티스트 음악과는 달랐다. 연주적인 측면에서는 현대적인 어법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브라스의 특성상 하드밥에 기초를 둔 로이 하그로브는 그 어법을 그루비한 리듬과 화성 위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Hard Groove]를 비롯한 후속작도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와 같이 로이의 거침없는 행보로 인해 자연스럽게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어갔다.




협업 그 이상을 뛰어넘은 환상의 호흡


로이와 함께 호흡을 맞춰온 아티스트 또한 음악만큼이나 매우 다양하다. 색소포니스트 안토니오 하트는 데뷔 때부터 함께해온 연주자이다. 초기 로이 하그로브 퀸텟의 일원으로 특유의 날카로운 알토 색소폰 사운드로 하드밥적인 요소들을 로이와 함께 아주 잘 표현하였던 아티스트다. 테너 색소포니스트 론 블레이크는 [Approaching Standards]부터 합류해 힘을 더했다.


[With The Tenors Of Our Time]에서는 테너 색소폰의 명인 자니 그리핀과 조 헨더슨, 브랜포드 마살리스, 조슈아 레드맨과 함께 하였으며 시다 월튼, 오스카 피터슨, 레이 브라운 등의 재즈 거장들뿐만 아니라 디안젤로, 에리카 바두, 존 메이어와 같은 타 장르의 뮤지션들과도 협업해오며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쏟아냈다. 로이는 2000년도에 발매된 디안젤로의 [Voodoo]에서 그루비한 연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스탠더드 넘버인 'Feel Like Makin’ Love'는 일반 잼세션에서 디안젤로와 로이가 함께한 버전이 지금도 많이 활용되곤 한다. 최근 디안젤로가 14년 만에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화제가 된 [Black Messiah]에서 로이를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1997년도에 발매된 [Habana]는 로이가 쿠바 음악에 매료되어있던 당시 피아니스트 추초 발데스와의 만남으로 다시 한 번 큰 변화를 겪은 결과물이다. 그는 추초 발데스를 포함해 기타리스트 러셀 말론, 색소포니스트 게리 바츠, 그리고 트롬보니스트 프랭크 레이시 등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주자들과 쿠바 출신 타악기 연주자들을 모아 크리솔(Crisol)이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로이 하그로브로 비롯된 아프로-쿠반 사운드가 전 세계를 뒤흔들게 되는 순간이다. 추초 발데스를 비롯한 아프로-쿠반 뮤직에 대해 견해가 깊은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자신만의 음악 스타일을 새롭게 다시 쓰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로이 하그로브는 [Habana]로 1998년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라틴 재즈 앨범’ 부문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한동안 각국의 재즈페스티벌의 초청 1순위가 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워낙 에피소드가 많은 아티스트라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지만 ‘브라스 마스터즈’의 첫 시작은 여기서 마무리 짓고자 한다. 현재 그의 새로운 신보 소식이 2009년도 이후로 오랫동안 전해지지 않아 많은 이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새로운 나팔 소리가 우리에게 전해질 때까지 그의 지난 작품들을 천천히 곱씹어보는 것도 기다림의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가 매번 내어놓는 작품의 진가를 안다면 조금 더 여유 있게 기다려보자. 늘 그랬던 것처럼.  






최수진 | 트롬보니스트

트롬보니스트와 작편곡가, 재즈 칼럼니스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종합 예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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