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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즈의 확장, 그리고 새로운 미래  
제목 [기획] 재즈의 확장, 그리고 새로운 미래   2016-11-22


재즈의 확장, 그리고 새로운 미래

 

지금까지 많은 사람은 수많은 시간 동안 만들어진 유산을 들으며 살았다. 사실 수많은 시간이라고 하기에는 재즈의 경우 불과 지난 한 세기를 채웠을 뿐이지만, 그 한 세기라는 시간은 다른 대중음악 장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이며 현재 대중음악의 뿌리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인류 음악 역사상 중요한 기점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동시성을 띄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재즈는 그 어떤 대중음악 장르보다 학문으로서도 발전해왔으며, 음악 이론도 구축했다. 이는 이전 세기의 음악과 현재 음악의 중간에 놓여있기 때문에, 그리고 방법론에 있어 많은 이들이 연구했기에 가능한 업적이었다.




여러 민족의 음악이 된 재즈


재즈는 과거의 형태를 확고하게 정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발전을 가져왔다. 후대 발생한 다른 장르와의 결합은 물론, 음악가들은 더욱 어렵고 극단적으로 가는 방식부터 쉽고 가볍게 가는 방식까지 재즈라는 하나의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음악가 중에서는 하나의 규칙 안에서 자신만의 것,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자신이 택한 악기를 다루는 데 있어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늘 실력을 닦는, 기존의 양식을 철저히 계승하는 장인도 있다. 어느 한쪽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재즈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도 그만큼 다양한 목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즈는 다양한 민족을 만나며 각 민족, 혹은 각 국가에 맞게끔 자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재즈 음악이 가지는 흐름과 유럽에서의 그것이 다르듯, 음악 시장이 형성되는 여러 국가에서 재즈 음악은 각자의 흐름과 양식을 가지기도 했다. 보사노바를 비롯한 많은 남미 음악과의 결합, 그리고 에티오피아의 에티오 재즈,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재즈와 같은 아프리카 음악과의 결합이 좋은 예시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재즈 음악과 전통 음악의 결합이 이루어졌다. 그 지역의 전통 음악과 재즈가 만나 새로운 형태의 재즈를 만들어내는 일은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월드 퓨전이라는 이름은 그러한 음악을 설명하는 좋은 단어 중 하나다. 한국에 있는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가 중에서도 이에 해당하는 멋진 작품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있다.




재즈, 장르 융합의 재료가 되다


재즈 음악이 다른 음악과 섞이는 경우는 결코 낯선 것이 아니다. 재즈 음악은 블루스, 알앤비, 훵크 음악을 비롯해 다양한 양식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왔다. 록 음악이 생겨난 이후에는 퓨전 재즈라는 장르가 생겨났고, 프리 재즈와 아방가르드 재즈라는 새로운 흐름이 생겨난 이후로는 더욱 다양한 양상이 등장했다. 스카 음악과 결합한 스카 재즈, 펑크(Punk) 음악과 결합한 펑크 재즈에 이어 최근 발생한 전자음악과 결합한 재즈 음악까지 재즈는 자신만의 토대를 탄탄히 두면서도 상당히 많이 열려있는 장르가 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영국과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걸쳐 이루어지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재즈와 결합한 장르에서 파생한 서브장르까지 재즈라는 카테고리 안에 두기도 한다. 새삼스럽지만 재즈 음악이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다. 결국 재즈는 자신만의 역사와 문법, 이론적인 부분까지 갖추고 있는 동시에 지금까지 생겨나는 다양한 음악에 영향을 주는, 지금의 음악에 있어 하나의 장르 이상의 존재라는 것이다.

 

허비 행콕의 [Future Shock], 마일스 데이비스의 마지막 작품 [Doo-Bop] 전후로는 힙합과 재즈 음악이 결합한 좋은 작품도 여럿 생겨났다. 특히 래퍼 구루(Guru) '재즈마타즈' 시리즈는 단순히 재즈 음악을 샘플링한 뒤 랩 음악을 얹은 것이 전부가 아니다. 램지 루이스, 도널드 버드, 허비 행콕 등 뛰어난 재즈 음악가가 참여한 것은 물론 실제 연주와 함께 라이브를 진행하고 샘플링과 연주를 섞는 등 그 음악이 가진 역사와 흐름을 이해하고 작품을 만든 것이다.

 

그는 살아생전에 "재즈 랩 이상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만큼 재즈와 랩 자체가 결합된 무언가를 위해 구루는 많은 공을 들였다. 힙합 안에서는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를 비롯해 여러 래퍼와 디제이가 재즈 음악을 사랑하고 또 그만큼 표현해왔다. 턴테이블리즘에서도 마찬가지다. 키드 코알라(Kid Koala), 디제이 섀도우(DJ Shadow), 컷 케미스트(Cut Chemist) 등 폭넓은 라이브러리를 가진 뛰어난 디제이들은 꾸준히 자신의 작품 안에서 재즈 음악을 표현하고 또 꺼내왔다. 힙합은 단순히 샘플링의 재료만으로 재즈를 바라보는 건 아니다. 래퍼나 프로듀서 중에서는 재즈 음악을 정말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 로버트 글래스퍼는 래퍼 폰테(Phonte)가 가진 깊은 조예에 관해 크게 칭찬한 적도 있다.

 

애시드 재즈, 누 재즈(Nu Jazz) 등 재즈는 장르뿐만 아니라 후대에 생긴 다양한 포맷과도 만났다. 특히 세인트 저메인(St. Germain)을 비롯해 많은 디제이/프로듀서들이 재즈 음악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물론 독특한 구성의 밴드도 생겨났다. -파즈(De-Phazz) 역시 그러한 누 재즈 밴드 중 하나다. 앨범마다 조금씩 라인업이 바뀌는 독특한 구성으로 재즈, 소울, 힙합, 전자음악을 모두 아우르는 음악을 들려준다. 이러한 포맷이 디-파즈만이 가진 특성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만큼 곡의 색채마다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밴드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파로브 스텔라(Parov Stelar)를 비롯해 테이프 파이브(Tape Five), 카로 에메랄드(Caro Emerald) 등 일렉트로 스윙, 혹은 하우스와 재즈의 결합을 시도하는 이들도 많이 늘어났다. 물론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일렉트로 스윙 음악은 'We No Speak Americano'지만 파블로 스텔라는 트리오나 밴드를 구성하여 라이브를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재즈 음악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끝까지 가져온다는 점에서 좀 더 권하고 싶다. 그가 선보이는 음악은 일종의 라운지 음악인 셈인데, 이는 재즈 음악과 하우스 음악 사이의 미싱 링크를 뒤늦게 발명해내는 느낌이기도 하다. 소위 라운지 음악이라고 분류되는 음악이 모두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보거나 무시하긴 어렵다.

 

시부야계로 불렸던 음악가들 역시 어쨌든 나름의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었으며, 자신의 감각과 지식을 바탕으로, 주로 샘플링이라는 작법을 통해 곡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자음악의 발전과 함께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테일러 맥퍼린(Taylor McFerrin) 등 좋은 음악가가 전자음악의 문법과 재즈의 문법을 하나의 음악 안에 담아내는 좋은 시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러한 음악은 재즈의 소비 방식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으며, 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다. 재즈 음악은 최근 들어 카페의 인기와 함께 등장한 좋은 소품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카페가 인터넷 재즈 라디오를 틀고, 작은 규모의 재즈 공연이 많지는 않지만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림미술관이나 북바이북 등 최근 감각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공간에서 박근쌀롱을 비롯해 여러 재즈 밴드가 공연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대안 공간, 문화공간을 표방하는 서점이 증가하면서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한국에서는 아직 많이 찾아볼 수 없지만, 재즈 트리오가 버스킹을 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재즈 음악은 어렵거나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나, 이제는 특정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좋은 음악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단점이 아니다. 오히려 재즈 음악과 문화를 공격적으로 키워 나가고 늘릴 좋은 기회다.




각자의 방식으로 이어가는 새로운 재즈


더욱 긍정적인 것은 이러한 문화적인 상황 속에서 더욱 좋은 재즈 음악가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Epic] 앨범을 통해 큰 주목을 받은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을 비롯해 신선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선보인 테오 크라커(Theo Croker), 재즈 안에서 힙합을 선보이는 배드배드낫굿(BADBADNOTGOOD), 마찬가지로 재즈 안에서 전자음악을 선보이며 독특한 방법론을 이끄는 고고 펭귄(GoGo Penguin), 폭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에스페란자 스팔딩(Esperanza Spalding), 앨범 [Astronautilus]를 통해 퓨전 재즈가 아닌 재즈와 록 사이에서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겟 더 블레싱(Get The Blessing), [In This Moment]라는 앨범을 통해 재즈와 힙합 사이에서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준 마카야 맥크레벤(Makaya McCraven), 유쾌하고 가벼운 시도를 자주 즐기는 쓰리 폴(Three Fall) 등 최근에는 정말 긍정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있는 음악가가 많다. 이들은 음악적으로도 재즈의 범위나 방향을 풍성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 많은 시도가 등장할 수 있게끔 해주는 좋은 결과이며,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재즈라는 문법 안에서 좀 더 창의적인 플레이를 가지는 것은 모든 재즈 음악가의 숙제는 아니다. 더 핫 사딘스(The Hot Sardines)처럼 과거의 멋을 현재의 위치에서 멋지게 재현하는 음악가도 있고, 자신만의 연주 색채나 세계를 만들고자 스스로를 갈고 닦는 멋진 음악가들도 있다. 또한 재즈 안에서 재즈 외의 것을 가져오는 현상, 재즈 밖에서 재즈를 가져가는 현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이제는 더욱 열린 마음과 태도로 그 모든 재즈 음악을 즐겁게 시도하고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앞으로 재즈의 새로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감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코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욱 좋은 음악이 꾸준히 탄생할 것이라는 확신만큼은 늘 가지고 있다. 

 



박준우 | 음악평론가

프리랜서로서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을 운영하고

여러 매체에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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