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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빛낸 앨범]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제목 [10년을 빛낸 앨범]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2016-11-15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블랙뮤직과 재즈의 설득력 있는 만남



이번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하실 거라고 보시나요?

, 그렇습니다.

 

보통의 후보자들은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라고 대답하는데요.

사실, 그렇게 말하는 게 맞기는 하죠. 그런데 능력으로 보면 저희가 받아야 해요. 깔깔.


2015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로버트 글래스퍼의 인터뷰다. 이날 그는 '최우수 알앤비 앨범' '최우수 트레디셔널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올라 있었고, 그의 자신감처럼 '알앤비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재즈 피아니스트였다. 전통의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 소속이었고, 여느 미국인 재즈 뮤지션과 마찬가지로 포스트밥 스타일을 자유롭게 연주하는 정통 음악가였다. 그런데 알앤비 부문에서의 수상이라니?

 

하지만 그가 그래미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놀라움을 표출한 사람은 없었다. 이미 경험한 일이었다. 2년 전, 2013년 그래미 어워즈에서도 그는 알앤비 부문에서 두 번 이름을 올렸고, 그중 '최우수 알앤비 앨범' 트로피를 챙겨갔다. 이 사건은 2013년 그래미 어워즈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그가 발표했던 [Black Radio]는 알앤비와 힙합의 어법을 강하게 적용한 앨범이었고 그해 블랙뮤직 씬에서 이슈가 되었던 건 사실이었지만, 알앤비 부문에서의 수상까지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가능성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2013년 그래미 어워즈에선 '최우수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 부문이 신설되면서 소위 말하는 주요 알앤비 앨범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 결과, 프랭크 오션, 크리스 브라운, 미겔 등 가장 트렌디하고 핫한 알앤비 스타들의 경합은 알앤비 부문이 아닌 어번 컨템포러리 부문에서 펼쳐졌다. 알앤비 부문에 로버트 글래스퍼와 함께 이름을 올린 앤쏘니 해밀턴, 알 켈리, 타미아, 타이리스는 90년대에 전성기를 경험했고, 이제는 인기가 대단하지도 크게 주목을 받지도 못하는 이들이었다. 늘 비슷한 수준의 음악을 만들어온 그들보다는 그래도 혁신적이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인 로버트 글래스퍼가 수상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이기는 했다.

 

물론, 로버트 글래스퍼가 선보인 음악이 그렇게까지 창의적이거나 참신한 거냐고 반문할 수는 있겠다. 재즈에 힙합과 알앤비의 요소를 섞는 발상은 그리 새로운 게 아니니까. 80년대부터 시도되어 왔고, 90년대 초중반부터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재즈 음악을 샘플링해 힙합 트랙으로 재탄생시키는 기본적인 방식부터, 미디 시퀀싱된 사운드 위에 연주하는 방식까지 말이다. 로버트 글래스퍼가 [Black Radio]에서 시도한 것은 라이브 연주 위에 랩이나 노래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이게 흥미로운 건,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임에도 몇몇 트랙에서 시퀀싱으로 제작한 비트의 질감을 구현하는 데 노력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그의 밴드 익스페리먼트(Experiment)의 훵키하고 힙한 감성이 중심축이 된다. 힙합 비트에서 자주 사용되는 반복 악절인 '루프' 개념을 끄집어내기 위해 아주 대단히 신디사이저로 짧은 악절을 반복하기도 하며, 힙합 드럼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규칙적인 드러밍을 규칙적으로 사용한다. 객원으로 참여한 블랙뮤직 아티스트들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조화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객원 뮤지션을 고르는 로버트 글래스퍼의 안목도 탁월했다고 본다. 중심축이 되는 것은 네오 소울/컨템포러리 소울 계열 뮤지션이다. 이 장르는 소울/알앤비를 기반으로 재즈, 훵크, 힙합을 두루 섭렵하기 때문에 로버트 글래스퍼가 구상했던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융합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특히, 소울 뮤지션인 에리카 바두의 경우에는 '차세대 빌리홀리'라고 불릴 정도로 재즈적 정서가 짙게 드러나는 뮤지션이다. 차분하고 의식적인 랩을 하는 루페 피아스코와 야신 베이를 기용해서 소리적 다채로움과 진중함을 동시에 꾀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 앨범 뒤에는 힙합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리믹스 앨범 [Black Radio Recovered : The Remix EP]으로 힙합적인 노선을 취하기도, [Black Radio]의 두 번째 앨범 [Black Radio 2]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간에 어쿠스틱 피아노 트리오 앨범 [Covered]를 발표했다. 물론, 과거에 선보였던 정통 재즈로 회귀한 것은 아니었다. 'Stella By Starlight' 같은 스탠더드곡이 실리기도 했지만, 앨범을 이루는 것은 익스페리먼트의 곡과 팝송들이었다. 그리고 올해는 다시 익스페리먼트와 함께 [ArtScience]를 발표했다.

 

이제 그를 두고 재즈 피아니스트에 한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15년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로버트 글래스퍼는 자신의 무대가 끝나자 객석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허비 행콕과 칙 코리아의 합동 무대를 지켜봤다. 이 두 전설적인 피아니스트가 스탠더드곡의 테마를 기반으로 즉흥 연주를 할 때는 진지하게, 장난스럽게 연주할 때는 함께 깔깔거리며 관람했다. 근처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로버트 글래스퍼가 허비 행콕의 직속 후계자라는 생각을 했다. 늘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허비 행콕의 모습이 투사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가 재즈 피아니스트냐 알앤비 뮤지션이냐 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재즈는 여러 장르와 만나며 다양한 방향으로 퍼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버트 글래스퍼가 그중에서도 가장 굵은 흐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테고 말이다. 

 



류희성 | 월간 재프피플 기자

여러 매체에 음악과 관련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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