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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엘라 피츠제럴드 [Ella: The Lost Berlin Tapes]
제목 [리뷰] 엘라 피츠제럴드 [Ella: The Lost Berlin Tapes] 2020-12-21

   

글 조원용

   

가장 찬란했던 자리로 돌아오기

   

자신이 가장 찬란했던 자리로 돌아오는 기분은 어떨까. 게다가 그것이 모두가 반기는 돌아옴이라면. 엘라 피츠제럴드에게 베를린이 바로 그런 자리다. 1960년 라이브 앨범 [Ella In Berlin: Mack The Knife]로 그래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고 수록곡 ‘Mack The Knife’로 그래미 2관왕을 휩쓴, 그런 음악이 나온 장소가 어찌 각별하지 않겠는가. 이는 (아예 무관하진 않겠지만) 수상 유무보다 청중과의 열렬한 호흡이 그 안에 있었기 때문이고, 그녀가 자기 삶의 이유를 단순히 ‘음악’이 아니라 청중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찾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순회공연 속에서도 유독 눈에 밟히는 베를린에서의 또 다른 기록을 되찾았으니 한번 들여다보자.


1960년 [Ella In Berlin] 이후 2년이 지나고 다시 베를린을 방문한 엘라 피츠제럴드는 매우 바쁜 유럽 순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연이 삶의 이유인 사람에게 이런 건 문제도 아니라는 듯 매 순간 뜨겁고 천연덕스럽게 무대에 올랐다. 1960년 공연에 동행했던 피아니스트 폴 스미스, 베이시스트 윌프레드 미들브룩스도 함께했다. 세트리스트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반영하듯 2년 전과 거의 겹치지 않는다.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좀 더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할까. 물론 베를린과 특별한 관계를 맺게 해준 ‘Mack The Knife’는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Oh, the shark has” 하는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청중들의 열화와 같은 함성이 들린다. 예의 부드럽고 힘 있는 스윙을 들려준다. 아마 우리와 더불어 당시 청중들은 한 가지 떠오르는 기억에 미소를 지었을 텐데, 가사를 잊어버린 1960년의 엘라 피츠제럴드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가 그것이다. 드문드문 생각나는 가사를 재조합해 얘기하기도 하고, 가사가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스캣과 애드리브로 흥얼거리기도 한다. 루이 암스트롱의 스캣을 흉내 낼 때는 그 분방한 매력과 재능에 고개를 내젓게 된다. 1962년의 ‘Mack The Knife’에서는 그 공연의 기억을 되살리는 스캣과 함께 가사를 비튼다. 사람들이 가진 기억 속 멋진 순간을 끄집어내어 여유롭게 지금의 방식으로 펼친다.



레이 찰스의 곡 ‘Hallelujah, I Love Him So’(원제는 'Hallelujah, I Love Her So')는 두 버전이 실렸는데, 두 번째 버전에서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의 가사를 변용한 스캣에서는 음악으로 말하고 노는 모습 앞에서 더 이상 어떤 설명을 덧붙일 수 있을지 오히려 무람해진다. 이어서 ‘Summertime’ 같은 발라드에서의 음색은 앞의 곡과 심리적 낙차를 발생시켜 몰입하게 만든다. 스윙 시대의 여유로운 멜로디 ‘Jersey Bounce’와 ‘Angel Eyes’(그가 즐겨 부른 곡이기도 하다)로 이어지는 흐름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에 능숙한 아티스트다운 구성이다.


빅 조 터너의 ‘Wee Baby Blues’는 뭐랄까, 순수한 마무리에 가까웠다. 블루스나 재즈의 구분선을 지우고 그곳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닿는 대로 부유한다. 사람들이 이건 어떤 장르고 어떤 음악인지 구분 지을 때 그냥 자기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 그게 또 사람들을 뒤흔든다. 아마 처음부터 엘라 피츠제럴드는 우리에게 답을 알려줬던 것 같다. 예컨대 나조차도 이 끝없는 재즈의 여정을 그의 ‘Misty’에서 시작했으니 말이다. 

첨부파일 엘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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