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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이애나 크롤 [This Dream Of You]
제목 [리뷰] 다이애나 크롤 [This Dream Of You] 2020-12-21

   

글 이상희

   

떠난 사람을 기억하며 정리한 기록

   

다이애나 크롤의 신보를 듣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첫 트랙을 재생하자마자 “Love is funny”라고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래, 이게 재즈지”라고 탄성을 지르게 하는 그녀의 음악은 내가 재즈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혹은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는지 잠시 잊고 그냥 거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세상에 가장 좋은 악기는 목소리라고 했던가. 다이애나 크롤은 그 매력적인 목소리로 오랫동안 수많은 재즈 팬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번 앨범 역시도 마법 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돋보인다. 오랜 시간 들어왔지만, 여전히 끌릴 수밖에 없는 그녀의 새 앨범은 재즈 팬들에게 선물과 같은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이 앨범은 일종의 번외 성격을 띤다. 다이애나 크롤이 2016년과 2017년 사이, 프로듀서 토미 리푸마와 함께 작업했던 곡들 가운데 미발표곡들을 모아 만든 앨범이기 때문이다. 토미 리푸마는 다이애나의 많은 앨범을 프로듀스한 인물로 그녀가 음악적으로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안타깝게도 토미는 2017년에 세상을 떠났고, 앨범 [Turn Up The Quiet]은 그가 마지막으로 프로듀스한 다이애나의 앨범이 되었다. 오랜 기간 함께 작업했던 프로듀서의 죽음은 다이애나에게 어떤 기점이 되었을 듯하다. 그녀에게도 음악적으로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 결과물로 바로 이 앨범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다이애나는 여전히 월드클래스의 재즈 보컬리스트이고 그녀와 함께 작업하기를 원하는 프로듀서들이 줄을 서 있겠지만 초창기부터 시작하여 디스코그래피의 절반 이상을 프로듀스한 인물이 떠났다는 것은 더는 돌아갈 곳 없는 고향의 상실과도 같은 경험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토미의 죽음은 다이애나에게 어떤 의미에서 음악적으로 홀로서기를 도전해보도록 요청하는 것으로도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에는 그녀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누구보다 토미 리푸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또한 그가 매만진 자신의 음악을 직접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의 손길이 남아있는 작품들을 직접 자기 손으로 마무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앨범은 전통을 중시하면서도 동시대의 감각을 견지해가는 다이애나 크롤만의 감성이 잘 표현되어있다. 듀오, 트리오, 쿼텟으로 편성에 변화를 주면서 앨범 전체 흐름을 적절히 조절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온 러셀 말론,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존 클레이튼 등은 군더더기 없는 연주로 그녀의 음악을 충실히 뒷받침해준다. 다이애나 크롤은 ‘피아노도 잘 치는 재즈 보컬리스트’로도 유명한데 앨런 브로드벤트가 참여한 몇 곡을 제외한 모든 곡에서 들려준 피아노 연주는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해 더욱 다이애나 크롤 음악답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다이애나 크롤은 음악이 주는 위로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그녀가 이번 앨범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현재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받을 위로는 듣는 사람 각자의 몫이라고 덤덤하게 말한다. 그녀가 밥 딜런의 곡을 재해석한 ‘The Dream Of You’를 앨범에 수록하고 타이틀로도 삼은 건 ‘You’의 의미가 다양하게 읽힐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듣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도록 앨범의 모티브가 되어 준 ‘You’인 토미 리푸마에 대한 헌정의 의미도 이 앨범에 가득하다는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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