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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존 스코필드 [Swallow Tales]  
제목 [리뷰] 존 스코필드 [Swallow Tales]   2020-07-01

낯선 청춘


존 스코필드, 스티브 스왈로우를 연주하다


기타리스트 존 스코필드가 ECM에서 앨범을 녹음했다는 소식은 다소 뜻밖이었다. 그가 ECM과 인연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베이시스트 마크 존슨의 여러 앨범, 그리고 드러머 잭 디조넷의 프로젝트 그룹 트리오 비욘드의 [Saudades]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래도 버브와 임펄스 등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에서 20년 이상 앨범 활동을 해왔던 만큼 그와 ECM의 조합은 어딘지 어색하다. 그가 이 앨범이 가능했던 것은 베이시스트 스티브 스왈로우의 곡들을 연주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존 스코필드는 버클리음대에서 공부하던 20대 초반에 스티브 스왈로우를 만났다. 그리고 1980년대 초반 그와 트리오를 이루어 약 2년간 활동했다. 이 활동은 쳇 베이커, 데이브 리브맨, 빌리 콥햄 등의 사이드맨이었던 기타리스트를 솔로 연주자로서 주목받게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베이시스트의 1991년 앨범 [Swallow], 기타리스트의 2003년 트리오 앨범 [EnRoute]와 2016년 쿼텟 앨범 [Country For Old Men] 외에는 오랜 인연에 비해 자주 함께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로 시작했던 관계였기 때문일까? 존 스코필드는 늘 스티브 스왈로우를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의 음악을 꾸준히 듣고 좋아했던 것 같다. 이번 앨범에서 ‘Falling Grace’, ‘Hullo Bolinas’, ‘Eiderdown’처럼 널리 알려진 곡들뿐만 아니라 ‘In F’, ‘Portsmouth Figurations’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스티브 스왈로우의 음악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만 기억할 수 있는 곡들까지 연주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 곡들을 존 스코필드는 모험적 편곡 없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주했다. 이것은 스티브 스왈로우의 곡이 지닌 원형으로서의 매력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확실히 콤보나 빅밴드 편성으로 다소 복잡하게 편곡되었던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에 비해 존 스코필드의 연주는 원래의 모습을 보다 확연히 드러낸다.  


그래도 음악 전체의 질감은 누가 뭐래도 이 앨범의 주인공은 존 스코필드다. 예로 ‘Falling Grace’나 ‘Portsmouth Figurations’를 과거 게리 버튼 그룹의 연주와 비교해 들어보라. 코러스, 딜레이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밝음과 어두움을 오가는 퍼지(fuzzy)한 톤으로 테마를 확장하는 솔로, 춤추듯 흔들리는 리듬 등 그의 서명처럼 자리 잡은 특징들이 곡을 새롭게 느끼게 할 것이다. 다른 예로 ‘Awful Coffee’는 과거 칼라 블레이 빅밴드의 속도감 있는 연주에 비해 느긋하게 연주해 곡 제목을 ‘형편없는 커피’가 아닌 ‘대단한 커피’로 이해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편, 이번 앨범을 위해 존 스코필드는 곡들의 주인인 스티브 스왈로우와 드러머 빌 스튜어트를 불렀다. 이 세 사람은 이미 [EnRoute], [Country For Old Men]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적이 있다. 실제 그에 걸맞게 트리오의 연주는 매우 안정적이다. 일종의 ‘쿨’한 느낌마저 난다. ‘Eiderdown’이나 ‘In F’처럼 강렬한 느낌의 속도감 있는 연주에서조차 그렇다. 만나서 특별한 대화 없이 각자 자기 스마트폰 화면만 보다가 헤어져도 함께 놀았다고 생각하는 요즈음의 젊은이들처럼 세 연주자는 자신의 자리에서 말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연주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특히 스티브 스왈로우는 보통 기타에 근접한 느낌의 솔로를 펼치곤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저음에 묻혀 묵묵히 연주를 이어간다.


그렇다고 ‘쿨’함을 무심함으로 이해하지 말자. 그보다는 편안함에 가깝다. 하고 싶은 대로 연주해도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이 바탕이 된 편안함 말이다. 바로 이것이 트리오 연주를 하나의 통합된 역동적 물질처럼 느끼게 한다. 여기엔 빌 스튜어트의 역할이 컸다. 그는 폭넓은 공간감으로 기타와 베이스를 감싸기도 하고 떨어져 있는 악기를 연결한다. (여기엔 믹싱의 덕도 있을 것이다.) ‘Away’가 좋은 예이다. 한적한 전원으로의 여행을 안내하는 듯한 기타와 베이스 솔로 사이로 흐르는 브러시 연주는 목가적 정서를 강화하면서 세 연주자의 움직임을 트리오로 만든다. 존 스코필드는 이미 1996년 앨범 [Quiet]에서 혼 섹션을 대동하고 어쿠스틱 기타로 이 곡을 연주했었다. 이 곡과 비교하면 드럼이 혼 섹션만큼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실, 존 스코필드가 이번 앨범에서 스티브 스왈로우의 음악적 대단함을 보여주려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함께 하는 것의 즐거움, 과거 스승의 곡을 듣던 시절의 기쁨을 다시 맛보겠다는 소박한 희망에서 앨범을 녹음한 것 같다. 한번 놀아보기! 그래서 이번 앨범은 ‘쿨’하지만 정겹고 따스하다.


★★★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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