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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빛낸 앨범] 송영주 [Reflection]  
제목 [10년을 빛낸 앨범] 송영주 [Reflection]   2016-11-01


송영주 [Reflection]


데뷔 10년을 돌아보는 10번째 앨범


[한국 재즈 100년사]를 집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평생 재즈를 연주했고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지만 음반 한 장 발표하지 않은 뮤지션이 종종 있다는 점이다. 그런 경우는 보통 세션으로 참여한 앨범들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온전히 자신의 정신을 표현한 음악을 발표하는 것은 음악가에게는 꼭 필요한 작업이며 이것은 모든 예술가들에게 통용된다. 즉 작가는 책을 써야 하고, 화가는 그림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송영주는 한국 재즈 계보에서 2000년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임에는 틀림없다. 송영주는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면서 대중과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왔고 교수직을 벗어던지고 망망대해 같은 미국의 재즈시장에 도전한 몇 안 되는 피아니스트였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운 세계에 던져 넣었고, 그것은 우리를 감동시키는 작품으로 돌아왔다. 때문에 송영주가 2015년에 발표한 음반 [Reflection]은 그녀의 도전이 서린 여정의 한 단면이며 결과물이다.


송영주는 2005년 1집 [Turning Point]에서 2014년 6집 [Between]까지 총 여섯 장의 정규 앨범과 두 장의 CCM 앨범, 한 장의 CCM 크리스마스 앨범을 발표하면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한 피아니스트에 속한다. 국내에서도 인정받는 재즈 뮤지션이었던 그녀는 2010년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그녀에게 2015년 10주년 기념 음반 [Reflection]이 발매될 때까지의 시간은 고독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계 최고들이 몰려있는 미국 재즈 씬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이방인 아닌 이방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쉽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녀는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블루노트를 비롯한 뉴욕의 재즈클럽에서 공연을 했다. 그것이 한국 재즈인들에게는 매우 자부심을 느낄 만한 업적임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송영주는 2015년 11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움 때문에 2014년까지 눈물을 흘렸다고 말할 정도로 이국 땅에서의 역경은 늘 그녀를 뒤따라 다녔다. 때문인지 2014년 발표한 6집 [Between]은 타이틀 대로 서울과 뉴욕 사이에서 갈등했던 송영주의 마음 속 응어리가 아니었을까?


송영주가 2015년에 발표한 [Reflection]은 2005년 데뷔 음반을 내놓은 지 10주년이 되는 해에 발표한 것으로 이전에 발매된 음반에서 아홉 곡을 골라 수록한 기념작이다. 송영주는 이 앨범을 포함하여 10년 만에 총 열 장을 팬들에게 선보인 피아니스트이다. 국내와 미국을 오가며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을 그녀를 생각하면 10주년 기념앨범 타이틀이 ‘Reflection’(반향)인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누구나 10주년이 되었을 때, 지나간 족적을 돌아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과거에 심열을 기울여 만든 곡들이지만 연주할 일이 없어 작곡가인 본인에게도 잊힌 것이 아쉬워 혼(Horn)이 들어갔을 때 어울릴만한 곡들을 골랐다고 한다. 혼 음악을 고른 이유는 빅밴드를 하고 싶었는데 비용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피아노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도 빅밴드가 여의치 않아 다섯 개의 관악기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 결론적으로는 다섯 명의 혼 연주자와 피아노 트리오를 합쳐 옥텟(8인조)으로 음반은 완성되었다. 이 때문인지 라지앙상블의 중후한 맛을 풍기는 편곡은 중견연주자로서의 모습을 가득 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초기의 빅밴드다운 곡을 편곡한 음악가는 누구일까? 송영주는 이 앨범을 고민하던 차에 미국 연주자들로부터 앨런 퍼버를 추천받았다. 현지의 다수의 연주자가 지지한 앨런 퍼버는 트롬본 연주자이자 빅밴드 리더로 2014년 그래미 어워즈 '최우수 라지 앙상블 앨범' 부문에 후보로 오른 실력자다. 송영주는 그의 공연을 본 후 음반을 보내고 기획방향을 설명했으며 앨런 버퍼는 흔쾌히 수락했고, 송영주의 옛 곡들은 그의 편곡으로 재해석되어 국내 팬들에게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서론이 다소 길었는데 이 앨범은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의 편곡이라는 편견을 제외하더라도 송영주의 욕심을 충분히 담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평소 서정적인 트리오 연주를 보여주었던 그녀였기에 빅밴드에 대한 동경이 많았겠지만 이 앨범은 라지앙상블로도 충분히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체되는 혼 섹션의 합주로 느낄 수 있다. 혼 구성은 알토 색소폰, 소프라노 색소폰, 테너 색소폰, 트럼펫, 플루겔혼, 트롬본이며 그 외에 클라리넷, 플루트도 포함됐다. 평소 'Journey' 'Tale Of A City' 같은 곡에서 보듯 끊임없이 재즈로의, 인생으로의 여정과 도시의 고독을 단아한 피아노의 타건으로 표현했던 그녀는 이 앨범에서 재즈를 대표하는 관악기를 추가하여 재즈 탄생의 본질에 어느 정도 다가서고 있다고 보고 싶다. 아마도 그녀가 떠난 여행과 그 길에서 만난 것은 ‘본질로의 회귀’가 아닐까? 재즈라는 음악이 태어난 본성에서 창작의 아름다움을 찾아냈으리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때문인지 수록곡의 순서도 1번 트랙 도시의 이야기('Tale Of A City')를 시작으로 5번 트랙의 전환점('Turning Point'), 9번 트랙의 집으로 가는 길('Coming Home')에서 마지막 곡으로 여행('Journey')을 다시 떠나는 것으로 매듭지었다. 아무튼 이 음반은 그녀에게도 의미 있는 것이겠거니와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앨범을 준비해야 하는 새내기들은 송영주의 행보를 배움으로 삼아보기를 추천하고 싶다.  




박성건 | 대중음악평론가

[한국 재즈 100년사]를 펴냈으며, 한국재즈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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