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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The Movement Revisited]  
제목 [리뷰] 크리스찬 맥브라이드 [The Movement Revisited]   2020-04-09

정병욱


소명과 미학을 겸비한 비범한 초상화


“삶이 무질서하고 의미가 없을 때 뮤지션은 자신의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지상의 소리로 새로운 질서와 의미를 창조합니다. 자아를 찾으려는 수많은 미국 흑인을 대신해 재즈 뮤지션들이 쟁취한 이 일은 절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마틴 루터 킹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1964년, 그는 당해 개최된 베를린재즈페스티벌의 개최 연설을 맡아 우리네 삶과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과 재즈의 힘에 관해 역설했다.


세계적인 베이시스트 크리스찬 맥브라이드를 기억하게 하는 수식은 여러 가지다. 그는 일찌감치 윈튼 마살리스의 눈에 띄어 베니 골슨, 로이 하그로브와 함께한 화려한 젊은 시절을 보냈고, 오늘날에도 동시대 베이시스트 리더 중 가장 돋보이는 역량을 선보이며 한발 앞선 거장의 위치에 올라 있기도 하다. 그래미 어워드에서만 무려 여섯 차례 수상했다. 그러나 그를 향한 존경의 근저에는 실력이나 업적 이상의 근거가 못지않게 자리하고 있으며, 이는 아무래도 그가 뉴저지 몽클레어재즈페스티벌을 주관하고, 비영리 단체 ‘재즈 하우스 키즈’를 운영하는 등 음악을 통한 사회적 참여도 활발히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 앨범은 앞서 [The Good Feeling](2011)과 [Bringing' It](2017)으로 두 차례 그래미 어워드 라지 재즈 앙상블상을 수상한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의 새로운 대편성 앨범이다. 작곡과 편곡, 베이스 연주와 지휘로 두루 본작을 이끈 그는 결정적으로 자신의 탄생 이전부터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네 명의 상징적인 인물을 작중 내레이션으로 의미심장하게 초혼한다. 마틴 루터 킹, 맬컴 엑스, 로자 팍스 및 무하마드 알리. 저마다 혹은 시기마다 강경과 온건 노선을 오가며 흑인 인권 운동의 기수가 되었던 영웅들을 모사하는 목소리가 차례대로 등장한 뒤, 각자에게 부여된 발언과 테마를 소화하고 다음 인물을 소개한다. 내레이터의 경우 단순히 당사자들과 목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는 콘셉추얼한 인물을 섭외하기보다 다양한 고려와 배려를 바탕으로 심사숙고해 선정함으로써 앨범의 의미를 더했다. 로자 팍스의 목소리를 위해 선택된 소니아 산체스가 대표적인 예다. 시인,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그는 1960~70년대에 실제로 흑인 인권을 위한 여러 사회 운동 및 예술 운동에 투신한 장본인이다.



미국 대선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일을 자랑스럽게 표지하는 ‘Apotheosis: November 4th, 2008’에 이르러 본작이 의도한 서사적 카타르시스와 감정의 밀도는 절정에 이른다. 이를 떠받치는 건 당연하게도 음악이다. 정통과 모던,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사운드를 아우르는 맥브라이드의 넓은 스펙트럼은 이번 앨범에서도 순간마다 적절한 기지를 발휘하며 의도한 메시지와 무드 관철을 추동한다. ‘Overture/The Moment Revisited’가 이끄는 강렬한 스윙의 하드밥으로부터 출발해 레이드 백 터치가 인상적인 'Sister Rossa', 훵키한 그루브가 흥겨운 모타운 스타일 알앤비곡 ‘Rumble In The Jungle’과 모달을 좀 더 가미한 반주 및 소울 넘치는 가창 파트를 삽입한 ‘Brother Malcolm’까지. 전형적인 소규모 재즈 콤보부터 가스펠 중창과 빅밴드를 오가는 편성의 변화 역시 혼란 대신에 놀라운 흡입력을 선사한다. 지난 역사를 넘어 현시점에도 여전히 그들을 필요로 하는 시대적 소명 위에 미학적 완성도까지 갖춘 초상화다.


★★★★

첨부파일 맥브라이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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