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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 존스 - 이 겨울을 지나 다시 시작되는 봄의 노래  
제목 노라 존스 - 이 겨울을 지나 다시 시작되는 봄의 노래   2019-03-29


안민용

사진 제공 유니버설뮤직


노라 존스가 일곱 번째 정규 앨범 [Begin Again]을 발표한다. 2016년 발표한 [Day Breaks]에 이어 4년 만이다. ‘A Song With No Name’, ‘It Was You’, ‘Wintertime’ 등 싱글 몇 곡만 공개되어 전체적인 콘셉트는 알 수 없지만 전작 [Day Breaks]를 잇는 편안한 앨범이 될 듯하다.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처럼 피아노를 중심으로 가져온 초기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스물세 살,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던 노라 존스도 어느덧 마흔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도전과 변화를 잠시 멈추고, 평온한 일상에 미소 짓는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폭발적인 재능과 매력을 보여준

데뷔 앨범 [Come Away With Me]


2002년 첫 앨범 [Come Away With Me]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노라 존스는 노스텍사스 음대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이주한, 평범한 피아니스트 겸 보컬리스트 지망생이었다. 레스토랑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밴드에서 활동하며 음악가를 꿈꿨다. 그러던 중 스물세 살에 발표한 앨범이 제45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신인상’ 등을 휩쓸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그래미 트로피를 두 팔 가득 안은, 심지어 떨어뜨리기도 한 그녀의 표정에는 기쁨과 놀라움이 가득하다. [Come Away With Me]는 2007년 미국 RIAA로부터 다이아몬드(천만 장) 디스크 인증을 받았고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천7백만 장이 판매됐다. 대표곡 ‘Don’t Know Why’가 얼마나 많이 커버되었는지는 알 수 없을 정도다. 팻 메시니도 2003년 기타 솔로 앨범 [One Quiet Night]에서 기타 솔로로 이 곡을 연주했다.


노라 존스는 2004년 발표한 2집 [Feels Like Home]와 수록곡 ‘Sunrise’로 제47회 그래미 어워드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소포모어 증후군이나 원히트 원더(One-Hit Wonder, 한 곡 또는 싱글 하나만 히트) 같은 편견을 깨나갔다. 점차 자작곡으로 채운 리더작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입지를 다졌으며 윌리 넬슨, 허비 행콕, 토니 베넷 등 거장들이 함께하고픈 보컬리스트로 인정받았다. 2007년에는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 배우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녀를 단지 신데렐라처럼 등장했다고 하기에, 노라 존스는 너무나 많은 재능과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블루노트와 노라 존스의 만남


노라 존스는 1979년 3월 30일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수 존스는 콘서트 프로듀서이며 아버지는 인도 시타르 대가 라비 샹카다. 이미 알려진 대로, 그들은 1986년 헤어졌고 노라 존스는 어머니와 함께 텍사스에서 자라났다. 본명은 게탈리 노라 존스 샹카인데, 열여섯 살에 부모님의 동의를 얻어 노라 존스로 개명했다. 그만큼 아버지를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데뷔 후 라비 샹카의 딸이라는 게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러야 했다. 그녀는 2004년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와 내 음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훗날 다시 한번 화제가 되었듯 시타르를 연주하는 아누쉬카 샹카(1981년생)가 이복동생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노래하고, 피아노와 보컬 레슨을 받았다. 빌 에반스와 빌리 홀리데이를 좋아하는 것도 어머니 영향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다운비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운비트 스튜던트 뮤직 어워드’(Down Beat Student Music Awards)에서 작곡상(1996), 보컬상(1997)을 수상할 만큼 재능도 인정받았다. 이후 재즈 명문 노스텍사스 음대에 입학해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이 시기에 기타리스트 제시 해리스를 만나 밴드 활동을 했으며 훗날 든든한 조력자로 함께 하게 된다. 노라 존스는 1999년 텍사스를 떠나 뉴욕으로 이주해 훵크 퓨전 밴드 왁스 포에딕, 기타리스트 피터 말릭, 찰리 헌터 등과 공연을 했다.


<재즈피플> 2009년 1월호 블루노트 편에도 소개되었지만, 브루스 룬드발은 노라 존스의 데모 시디를 듣고 블루노트가 아닌 맨해튼 레코드와의 계약을 제안했다고 한다. 블루노트를 고집한 건 노라 존스였다. 재즈를 들으며 자란 그녀에게 블루노트는 단순한 음반사 이상의 의미였을 것이고, 블루노트에서도 재즈 앨범은 아니지만 [Come Away With Me]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리라 예상했을 것이다. 이후 재즈계에 불붙었던 블루노트와 노라 존스의 정체성 문제를 잠시 접어둔다면, 분명 음반사-음악가는 적절한 선택을 한 셈이다. 경영난을 겪던 블루노트는 재기에 성공했고, 노라 존스는 블루노트에서만 앨범을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음악


노라 존스는 [Come Away With Me]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17년 동안 새 앨범 [Begin Again]을 포함해 일곱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 3~4년마다 꾸준히 신작을 선보인 셈이다. 2002년 [Come Away With Me], 2004년 [Feels Like Home], 2007년 [Not Too Late], 2009년 [The Fall], 2012년 [Little Broken Hearts], 2016년 [Day Breaks], 2019년 [Begin Again]이 작품 목록이다.


늘 편안한 음악만 선보인 것은 아니다. 앨범마다 콘셉트도 다르고 크고 작은 변화도 선보여 왔다. 1집 [Come Away With Me]과 2집 [Feels Like Home]에서 재즈풍 컨트리 스타일로 편안한 음악을 선보였다면 4집 [The Fall]과 5집 [Little Broken Hearts]는 자작곡으로 채워지고 기타가 중심이 된 록 성향이 짙어졌다. 앨범의 테마가 된 사랑과 이별은, 그녀에게 아픈 만큼 성숙함을 남겼다.


5집 [Little Broken Hearts]와 6집 [Day Breaks]까지 5년이 걸렸지만 그사이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는 점에서 긴 공백은 아닐 것이다. 6집에 이르면 그녀는 초기 활동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을 선보인다. [Day Breaks] 발표 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도 여러 면에서 1집 돌아가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인디펜던트>는 이렇게 해석한다. “(1집에서 발견되는) 피아노가 중심에 위치한 멜로우 톤, 나른함 같은 노라 존스 특유의 감성 같은 것 말이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절묘한 나른함으로 계속, 우아하게 나아갈 것이다.”


아직 앨범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7집 [Begin Again] 역시 6집, 나아가 1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Wintertime’가 첫 앨범의 포근한 곡 ‘Cold Cold Heart’를 떠올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노라 존스에게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복제하거나 답습하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음악이지만 의도하지는 않는다. 이번 앨범에서도 컨트리를 기본으로 하지만 얼터너티브 록과 블루스 등 그녀가 해온 음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을 뿐이다.  




함께해서 더 빛났던 음악


노라 존스는 2012년 첫 단독공연과 2017년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로 한국을 찾았다. 그녀는 지금도 상당히 많은 무대에 서고 있는데, 그 결과를 네 장의 라이브 앨범으로 발표했다. 2003년 [Live In New Orleans], 2004년 [Live In 2004], 2008년 [Live From Austin, TX], 2018년 [Live At Ronnie Scott's]이다. 로니 스콧에서의 실황은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 베이시스트 크리스토퍼 토마스와 함께한 트리오 라이브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규 앨범 외에는 컨트리 밴드 더 리틀 윌리스(The Little Willies)와 퍼스 앤 부츠(Puss N Boots)로 활동했다. 더 리틀 윌리스는 2003년 노라 존스, 리처드 줄리안, 짐 캄필롱고, 리 알렉산더, 댄 리서가 결성했으며 첫 앨범 [The Little Willies](2006)와 두 번째 앨범 [For the Good Times](2012)에서 행크 윌리엄스, 윌리 넬슨 등의 곡을 노래했다. 퍼스 앤 부츠는 샤샤 돕슨, 캐서린 파퍼와 함께한 여성 트리오로 2014년 1집 앨범 [No Fools, No Fun]을 발표했다.





이 외에 노라 존스의 활동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은 게스트와 컬래버레이션이다. 장르에 있어서도 컨트리, 재즈, 록, 라운지, 힙합 등을 가리지 않는다. 그녀의 보컬이 다양한 장르에 녹아든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찰리 헌터, 제시 해리스 등 함께 작업했던 연주자들의 앨범에 기꺼이 참여했고 재즈에서는 허비 행콕 [River: The Joni Letters](2007)의 ‘Court And Spark’, 찰리 헤이든 [Sophisticated Ladies](2011)의 ‘Ill Wind’, 유명인들만 함께 한다는 토니 베넷 [Duets II](2011)의 ‘Speak Low’, 로버트 글래스퍼 [Black Radio 2](2013)의 ‘Let It Ride’ 등을 노래했다.


노라 존스가 누구보다 존경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한 연주자는 윌리 넬슨이다. 2002년 [Stars & Guitars]에서 ‘Lonestar’ 노래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 [My Way]의 ‘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녹음했다. 2011년에는 윌리 넬슨과 윈튼 마살리스의 [Here We Go Again: Celebrating The Genius Of Ray Charles]에서 ‘Hit The Road Jack’을 비롯해 여러 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푸 파이터스, 벨 앤 세바스찬, 그녀의 이복동생인 아누시카 상카의 앨범 등에도 참여했다.


그녀의 일탈 가운데 하나는 영화 출연이다. 2007년 왕가위 감독의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로 데뷔했다. 왕가위는 “노라 존스는 내 운명”이라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에겐 연기보다 노래가 더 잘 맞았던지 본격적인 배우 활동보다는 텔레비전 드라마와 2009년 <왓 데이 두>, 2012년 <19곰 테드>, 2012년 <데이 케임 투게더> 등 조연으로 간간히 얼굴을 비췄다. 자신이 좋아하는 코미디와 가족 영화에 출연하는 게 아닐까 싶은 정도다.




다시 내일을 시작해야 하기에,

비긴 어게인


몇 곡의 싱글이었지만 노라 존스의 새 앨범 [Begin Again]을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시작’이라는 제목을 붙인 그녀는, 무엇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일까. 초기 스타일로의 회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녀가 바라는 것이 20대 초반의 성공과 젊음은 아닌 듯하다.





필자는 노라 존스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았다. 뜨거웠던 사랑이 지나고, 눈코 뜰 새 없던 아이와의 시간이 지나자, 비로소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때 마주한 나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었다. 달라진 나를 받아들이기 위해 인생을 복기해야 할 만큼 공백은 컸다. 내 삶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웠는지 깨닫는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도 잠시. 툴툴 털고 다시 하루를, 다시 내일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노라 존스의 [Begin Again]을 듣는다. 마흔 살을 맞이한 노라 존스는 이후 펼쳐질 시간에 대해 무엇을 써 내려가게 될까. 싱어송라이터 노라 존스가 들려줄 익숙하고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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