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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찰리 헤이든 & 브래드 멜다우 [Long Ago & Far Away]  
제목 [리뷰] 찰리 헤이든 & 브래드 멜다우 [Long Ago & Far Away]   2018-10-29


너무나도 늦게 발매된 명반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이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다. 그래도 그의 음악은 지속 중이다. 이번에 새로이 발매된,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와 2007년 독일 만하임의 엔조이재즈페스티벌에서 가졌던 듀오 공연을 담은 앨범 [Long Ago & Far Away]가 이를 말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조슈아 레드맨 쿼텟의 멤버로 공연하던 브래드 멜다우의 연주를 찰리 헤이든이 우연히 듣고 매료되었던 것. 이후 두 사람은 색소포니스트 리 코니츠와 함께 트리오를 이루어 [Alone Together](1996)와 [Another Shade Of Blue](1997)를 녹음했다. (이 공연 이후인 2009년 12월에 드러머 폴 모션이 가세한 쿼텟 편성으로 [Live At Birdland](2011)를 녹음하기도 했다.) 하지만 듀오 앨범은 없었다.


찰리 헤이든은 키스 자렛, 행크 존스, 케니 배런, 곤잘로 루발카바, 대니 제이틀린, 존 테일러, 크리스 앤더슨(이상 피아노), 짐 홀, 팻 메시니, 크리스찬 에스쿠데, 에그베르토 지스몬티, 안토니오 포르치오네, 카를로스 파레데스(이상 기타) 등의 연주자들과 듀오 앨범을 남겼다. 이 듀오 앨범에서 그는 끝과 경계를 알 수 없는 묵직하고 두툼한 베이스 음을 바탕으로 상대 연주자가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연주를 펼치곤 했다.


브래드 멜다우와의 이번 듀오 앨범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래드 멜다우는 이번 앨범에 관한 이야기 속 첫 곡 ‘Au Privave’를 예로 들며 형식상으로는 테마 연주 이후 자신의 솔로 연주가 펼쳐지지만 실제로는 찰리 헤이든과 자신이 서로의 옆에서 사이좋게 길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이 발언을 참고로 앨범을 들으면 실제 베이스와 피아노가 서로의 여백을 메우며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것 같다.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며 말이다.

 

하지만 찰리 헤이든이 살짝 뒤로 물러나 브래드 멜다우가 자유로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주를 펼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반주자에 머물렀다는 것은 아니다. 부자(父子)의 산책 같다고 할까? 아버지는 뒤에서 아들이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갈 수 있는지 지켜본다. 그러면서도 티 나지 않게 길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옆에서 말도 걸어주면서 아들이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아들은 아버지가 뒤에서 자신을 도와주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스스로 길을 찾았다며 뿌듯해한다. 그가 실제 혼자서 길을 나아가는 것은 그다음 산책부터일 것이다. 이처럼 찰리 헤이든은 브래드 멜다우가 자유롭다고 느낄 정도로 피아노의 흐름을 지원한다. 아주 기본적인 연주처럼 보이지만 그의 베이스 연주는 마치 판소리에서 창 사이로 넣는 고수의 추임새 같다. 타이틀곡 ‘Long Ago & Far Away’가 대표적이다.


한편 브래드 멜다우의 연주는 이 공연에서도 늘 그랬듯이 매력적이다. 특히 찰리 헤이든 쿼텟 웨스트의 연주로 친숙한 ‘My Love & I’나 ‘Everything Happens To Me’에서 멜로디를 자유로이 변형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솔로 연주는 그의 솔로 앨범이나 트리오 앨범에서의 발라드 연주를 능가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자신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며 약물 없이도 새롭고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다고 설득한, 그래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준 멘토 같은 베이시스트와의 첫 듀오 연주였기에 다른 어느 때보다 마음을 다했던 것일까?


이 공연은 페스티벌 기획자 라이너 케른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나아가 그는 공연을 녹음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연주자들은 녹음을 원하지 않았다. 다행히 찰리 헤이든의 아내로 남편의 앨범 제작에 관여하고 있던 루스 카메론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공연이 좋을 것이라 예감했다. 그래서 연주자들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녹음을 반대했지만 찰리 헤이든 또한 녹음에 만족했다. 종종 들으며 이를 앨범으로 만들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두 연주자가 서로 소속 레이블이 달랐기에 발매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베이시스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발매된 것이다. 이 부분이 안타깝다. 이 앨범은 분명 그의 생전에 발매되었어야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직접 들었어야 했다. 아마도 당신 또한 이 앨범을 들으며 찰리 헤이든을 그리워할 것이다.


★★★★★






최규용 | 재즈 칼럼니스트

라디오 키스 재즈 담당 PD이다.

저서로는 <재즈>와 <재즈와 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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